경허스님
경허는 본래 선승(禪僧)이 아닌, 31세까지 10여 년간 동학사에서 화엄 교학을 강의하던 스님이었다. 그러다 경허의 어린 시절 은사인 계허(桂虛) 스님을 만나러 서울로 가는 길에 충청남도 천안의 성환 마을에서 맞닥뜨리게 된 역병으로, 멀쩡한 사람이 순식간에 죽어버리는 모습을 본 경허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그곳에서 그는 자신이 가르치던 경전의 수많은 교리들이 죽음 앞에서는 아무 쓸모가 없다는 것을 느끼고, 스승을 만나러 가는 일과 강사 생활을 포기한다. 이후 경허는 ‘나귀의 일이 끝나지 않았는데, 말의 일이 와버렸다(驢事未去馬事到來).'는 화두를 가지고, 동학사 골방에서 정진한다. 하루는 동학사 스님들이 탁발하러 가게 되었다. 이 진사의 아들 동은도 대중스님들과 마을로 가게 돼 그리운 아버지의 집에 들렀다. 함께 탁발하던 학명 스님과 이 진사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저녁 한때를 보내던 중이었다. 이 진사가 중노릇 잘못하면 죽어서 소가 된다는 말에 학명 스님은 어찌하면 소가 되지 않는지를 물었다. 그러자 그는 “죽어서 소가 되어도 고삐 뚫을 구멍이 없는 소가 되면 되지 않겠습니까”라고 답했다. 그 뜻을 알 수 없었던 학명은 경허 스님을 모시는 사미승 동은에게 고삐 뚫을 구멍이 없는 소의 뜻을 경허에게 물어보라고 한다. 사미승 동은에게 ‘소가 되어도 고삐 뚫을 곳이 없다(到牛無鼻孔處).'는 말에 깨달음을 얻었다. 경허스님 오도송 忽聞人語無鼻孔 홀문인어무비공 頓覺三千是我家 돈각삼천시아가 六月燕巖山下路 유월연암산하로 野人無事太平歌 야인무사태평가 문득 콧구멍이 없다는 말을 듣고 삼천세계(온 우주)가 다 내 집 인줄 깨달았다. 유월 연암산 아래에 농부들이 태평가를 부르는 구나. 연암산은 충청남도 서산시 고북면에 있는데, 천장암(天藏庵)에 가보시면 아직 경허스님께서 머무셨던 방이 있답니다. ◎鏡虛禪師 參禪曲 (경허선사 참선곡) 홀연히 생각하니 도시 몽중(都是夢中)이로다. 천만고(千萬古) 영웅호걸 북망산(北邙山) 무덤이요 부귀문장(富貴文章) 쓸데없다 황천객을 면할소냐. 오호라! 이내 몸이 풀끝에 이슬이요 바람 속에 등불이라. 삼계대사(三界大師) 부처님이 정녕히 이르시대 마음 깨쳐 성불하여 생사윤회 영단(永斷)하고 불생불멸(不生不滅) 저 국토에 상락아정(常樂我淨) 무위도(無爲道)를 사람마다 다할 줄로 팔만장교(八萬藏敎) 유전(有傳)이라. 사람 되어 못 닦으면 다시 공부 어려우니 나도 어서 닦아보세 닦는 길을 말하려면 허다히 많건마는 대강 추려 적어보세. 앉고 서고 보고 듣고 착의긱반(着衣喫飯) 대인접화(對人接話) 일체처(一切處) 일체시(一切時)에 소소영영(昭昭靈靈) 지각(知覺)하는 이것이 무엇인고? 몸뚱이는 송장이요 망상번뇌 본공(本空)하고 천진면목(天眞面目) 나의 부처 보고 듣고 앉고 눕고 잠도 자고 일도 하고 눈 한번 깜짝할 제 천리만리 다녀오고 허다한 신통묘용(神通妙用) 분명한 이내 마음 어떻게 생겼는고? 의심하고 의심하되 고양이가 쥐 잡듯이 주린 사람 밥 찾듯이 목마를 때 물 찾듯이 육칠십 늙은 과부 외자식을 잃은 후에 자식 생각 간절하듯 생각생각 잊지 말고 깊이 궁구하여 일념만년(一念萬年) 되게 하여 폐침망찬(廢寢忘饌)할 지경에 대오(大悟)하기 가깝도다 홀연히 깨달으면 본래 생긴 나의 부처 천진면목 절묘하다. 아미타불 이 아니며 석가여래 이 아닌가 젊도 않고 늙도 않고 크도 않고 작도 않고 본래 생긴 자기 영광(自己靈光) 지내가되 개천개지(盖天蓋地) 이러하고 열반진락 (涅槃眞樂) 가이없다. 지옥 천당 본공(本空)하고 생사윤회 본래 없다. 선지식을 찾아가서 요연(了然)히 인가(印可) 맞어 다시 의심 없앤 후에 세상만사 망각하고 수연방광(隨緣放光) 지내가되 빈 배같이 떠 놀면서 유연중생(有緣衆生) 제도하면 보불은덕(報佛恩德) 이 아닌가 일체계행(一切戒行) 지켜가면 천상인간 복수(福壽)하고 대 원력(願力)을 발하여서 항수불학(恒隨佛學) 생각하고 동체대비(同體大悲) 마음먹어 빈병걸인(貧病乞人) 괄시 말고 오온색신(五溫色身) 생각하되 거품같이 관(觀)을 하고 바깥으로 역순경계(逆順境界) 몽중(夢中)으로 관찰하여 해태심(懈怠心)을 내지 말고 허령(虛靈)한 이내 마음 허공과 같은 줄로 진실히 생각하여 팔풍오욕(八風五辱) 일체경계(一切境界) 부동(不動)한 이 마음을 태산같이 써나가세. 허튼소리 우스게로 이날 저날 헛 보내고 늙는 줄을 망각하니 무슨 공부 하여볼까. 죽을 제 고통 중에 후회한들 무엇하리. 사지백절(四肢百節) 오려내고 머릿골을 쪼개낸 듯 오장육부 타는 중에 앞길이 캄캄하니 한심참혹(寒心慘酷) 내 노릇이 이럴 줄을 누가 알꼬, 저 지옥과 저 축생(畜生)의 나의 신세 참혹하다. 백천만겁 차타(蹉跎)하여 다시 인신(人身) 망연(茫然)하다 참선 잘한 저 도인은 서서 죽고 앉아 죽고 앓지도 않고 선세(蟬蜕)하며 오래 살고 곧 죽기를 마음대로 자재하며 항하사수 (恒河沙數) 신통묘용(神通妙用) 임의쾌락(任意快樂) 소요(消遙)하니 아무쪼록 이 세상에 눈코를 쥐어뜯고 부지런히 하여보세. 오늘 내일 가는 것이 죽을 날에 당도하니 포주(庖廚)간에 가는 소가 자욱자욱 사지(死地)로세. 예전 사람 참선할 제 마디그늘 아꼈거늘 나는 어이 방일(放逸)하며, 예전 사람 참선할 제 잠 오는 것 성화하여 송곳으로 찔렀거늘 나는 어이 방일하며, 예전 사람 참선할 제 하루 해가 가게 되면 다리 뻗고 울었거늘 나는 어이 방일한고 무명업식(無明業識) 독한 술에 혼혼불각(昏昏不覺) 지내다니 오호라 슬프도다 타일러도 아니 듣고 꾸짖어도 조심 않고 심상(尋常)히 지내가니 혼미한 이 마음을 어이하야 인도할꼬 쓸데 없는 탐심 진심(貪心瞋心) 공연히 일으키고 쓸데없는 허다 분별(許多分別) 날마다 분요(紛擾)하니 우습도다 나의 지혜 누구를 한탄할꼬. 지각없는 저 나비가 불빛을 탐하여서 제 죽을 줄 모르도다. 내 마음을 못 닦으면 여간 계행(如干戒行) 소분복덕(小分福德) 도무지 허사로세. 오호라 한심하다 이 글을 자세 보아 하루도 열두 때며 밤으로도 조금 자고 부지런히 공부하소. 이 노래를 깊이 믿어 책상위에 펴놓고 시시때때 경책(驚策)하소 할 말을 다 하려면 해묵서이 (海墨書而) 부진(不盡)이라 이만 적고 그치오니 부디부디 깊이 아소. 다시 한 말 있사오니 돌장승이 아기 나면 그때에 말할테요. ◎경허스님의 열반송 心月孤圓 光呑萬像 光境俱忘 復是何物 (심월고원 광탄만상 광경구망 부시하물) 마음의 달이 홀로 둥그니 그 빛이 삼라만상을 삼켰구나 빛과 경계(삼라만상)를 모두 잊으니 다시 무슨 물건이더냐. 중국 당나라 반산보적(盤山寶積) 선사 心月孤圓 光呑萬像 光非照境 境亦非存 光境俱亡 復是何物 심월고원 광탄만상 광비조경 경역비존 광경구망 부시하물) 마음 달이 홀로 둥그니 그 빛이 삼라만상을 삼켰구나. 그 빛은 경계(삼라만상)를 비추지 않고 경계(삼라만상)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네. 그 빛과 경계(삼라만상) 모두 잊으니
다시 무슨 물건이더냐.
불타사 소식
<상월 보선 대종사 초청 수계법회>: 가 9월 22일 오전 10시에 보원관음전에서 있을 예정입니다. 법명을 새로 만들기를 원하시는 불자님이나, 기존의 법명이 있더라도 5계를 지키자는 마음가짐으로 새롭게 계를 받고자 하시는 불자님들께서는 수계를 하실 수 있습니다. 수계 요건은 따로 없으며, 원하시는 분들은 접수부에 신청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새로 법명이 필요하신 분들은 이름 (한글, 한문) 및 생년월일을 신청할 때 알려주시면 됩니다. <신중기도>: 음력 9월 신중기도는 2024년 10월 3일 (목요일, 입재) ~ 10월 5일 (토요일, 회향) (음력 9월 1일 ~ 3일)에 있습니다. 신중기도 시간은 평일에는 오전 10시에 시작하고, 일요일에는 오후 3시에 시작합니다. <추석차례>: 9월 15일에 추석차례를 지낼 예정입니다. <법등회의>: 10월 6일 법회 중에 법등회의가 있을 예정입니다. 많은 참석 부탁드립니다. <원불모시기 불사>: 2024년에도 원불 모시기 불사를 합니다. 불자로서 신심과 원력을 더욱 더 돈독히 하는 불연을 맺으시기 바랍니다.
<관음회 계좌>: 지난 학산거사님 영결식 후에 정법심보살님께서 연화회에 보시하신 보시금과 주지스님께서 보시하신 보시금으로 “관음회”라는 이름으로 은행에 계좌를 만들 예정입니다. 이 계좌는 무연고로 돌아가시는 분들의 49재 비용이나 절이 이사할 때 소요되는 여러 가지 지출에 사용될 예정입니다. 관음회에 보시하기를 원하시는 불자님들께서는 접수하실 때 관음회에 보시하겠다고 말씀해주시면 됩니다. <무설전 벽화>: 무설전 벽화가 손상되지 않고 오랫동안 잘 보존될 수 있도록, 벽화에 기대어 앉지 말고 소중하게 대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불타한국학교>: 2024년 가을학기가 9월 7일 토요일에 시작되었습니다. 한국학교 운영과 교사로 일해주시는 송수진 교장선생님과 여러 교사 여러분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한국학교 후원>: 2018년부터 한글학교 후원회를 만들었습니다. 작은 물방울이 모여 큰 그릇에 차듯이 작은 정성 부탁드립니다. 현재 후원해주고 계신 여러 불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불타사 홈페이지>: 불타사 홈페이지가 다시 활성화 되었습니다. 공지사항과 행사관련 사진, 동영상 등이 업로드 될 예정입니다. 많이 이용해주시고, 의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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